釋尊이 깨달으신 내용을 소위 ‘緣起法’이라 한다. 이것을 밝히는 經典은 수없이 많다. 이는 석존의 깨달음이 바로 연기법에 의한 것이고, 연기법이야 말로 迷ּ悟 구분의 기준이 됨을 시사하고 있다. 즉 연기의 이치에 어두우면 중생이고, 연기를 깨달으면 부처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緣起法에 대한 이해는 자칫 피상적으로 흐르기가 쉽다. 실재로 ‘緣起法이 곧 佛法’이라는 명제 앞에서 당혹스러움을 감추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므로 저것이 일어난다’는 緣起의 정의를, 단순한 인과론적 차원에서 이해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緣起法을 어떤 원인과 조건에 의해 생기고 멸한다는 자연 과학적인 현상적 법칙으로 보는 까닭에, 緣起 자체만의 이해로 석존이 어떻게 宇宙의 본질 곧 生命의 實相을 깨달을 수 있게 되었는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와 같은 의혹은 緣起法의 내용이 中道의 理致에 있음을 이해할 때 비로소 바르게 해결될 수 있다.
‘인연에 緣해서 生滅한다’는 緣起法은 원시 경전상의 無常, 無我의 敎說에 대한 이론적인 체계로서, 이는 ‘객관적인 원인을 떠나서 독립 자존하지 않음’을 일컫는다. 즉 일체 제법이 그들 자체로서 생기고 멸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사물이 실체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無自性의 ‘空’임을 敎示하는 것이 緣起의 가르침이다. 따라서 존재의 참 모습은 연기의 원리에 의한 空性에 있으며, 이는 동시에 空性을 바탕으로 한 中道 思想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왜냐하면 연기에 의해 사물의 실체성이 부정되며(無自性), 또한 연기에 의해 사물의 생멸현상이 긍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無我說(空性)을 근본으로 한 中道思想의 고찰 없이 緣起法의 진정한 의미는 파악할 수 없으며, 연기의 가장 발전된 형태로 거론되는 十二緣起說의 내용 역시 原始 無我 思想을 기초로 한 ‘中道說’의 체계 아래 설하여진 것이다. 이는 역사적으로 볼 때 아비달마 시대를 거치며 결정론적 인과 관계로 그릇 해석되기도 하였지만, 곧 龍樹에 의해 佛陀가 설한 진정한 緣起의 본질을 회복하게 되었다. 용수는 有部의 실재론적 사고에서 비롯된 당시의 십이연기 해석이, 佛陀의 眞意에서 벗어나 있음을 묵과할 수 없었다. 곧 십이연기의 본질적인 뜻이 有爲諸法의 現象論에 있는 것이 아니라, 「阿含經」의 無我說을 바탕으로 한 空思想의 토대에서 형성되었음을 논증하였다.
그의 대표 저작인 「中論」의 ‘歸敬偈’에는 八不의 논리로써, 生ּ滅 등의 모든 희론을 초월한 연기의 실상(空性)을 중도 이치로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연기의 空性이란 「中論」의 <觀四諦品>에서 설하는 第一義諦이며, 제일의제는 世俗諦를 떠나 따로 성립되지 않는다는 眞俗二諦의 中道 思想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中論」에서는 有ּ無, 眞ּ俗, 物ּ心 등의 단순한 二元的 思考를 넘어서, 서로 相卽相入한 大乘 不二의 중도 체계를 구성하고 있다. 이는 대승 불교 사상의 발전에 중요한 기틀로써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니며, 인간과 세계의 근원이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은 法界 緣起의 근본이 된다.
이와 같이 연기법의 空性에 대한 中道思想은 바로 佛陀의 근본 정신으로 불교 교리의 핵심이다.
본 논문은 緣起法에 논리적 근거를 두고 있는 空思想의 전개와 함께 그 中道思想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阿含經에서 설하는 緣起敎說을 기반으로 해서, 용수는 어떻게 空思想과 中道論을 대승적으로 논리ּ전개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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