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의 근원적 시간과 유식불교의 아뢰야식은 마음의 접점에서 서로 교차한다. 마음은, 실재론의 경우에서처럼, 자신 바깥에 자체적인 질서를 지닌 채 독립해 있는 사물들을 개념적으로 인식하는 초라한 지성의 능력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사물들은 마음을 떠나서 자체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마음은 우주 삼라만상의 근원을 이룬다. 인식하는 인간이나 인식되는 우주나 모두 마음에서 나온다. 마음에서 우주가 나오고, 마음으로 우주가 되돌아간다. 이렇게 마음을 우주 삼라만상의 근원으로 본다는 점에서 하이데거의 근원적 시간과 유식불교의 아뢰야식은 서로 일치한다. 하이데거의 경우, 근원적 시간은 그때마다 현-존재와 세계가 생기하도록 자기 자신을 시간화한다. 근원적 시간은 현-존재 또는 세계의 열린 공간에서 모든 존재자에게 그때마다 다양한 존재양태나 존재방식의 생명을 준다. 유식불교의 경우, 아뢰야식 바깥에 인간과 기세간이 따로 존재하지 못한다. 인간과 기세간은 아뢰야식의 부단한 능변 작용에서 그때마다 다양한 양태로 변출한다. 현-존재와 세계 또는 인간과 기세간이 우주의 근본을 이루는 근원적 시간이나 아뢰야식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그 둘은 마음이라는 칭호로 불릴 자격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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