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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불교

불교적 선악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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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곳에서는 어디에나 윤리적 규범이 있고, 이런 윤리적 도덕성은 선과 악에 대한 식별력에서 나온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이런 선악의 분별 자체를 넘어서라고 가르친다. 그렇다면 불교의 이러한 입장은 단순한 윤리부정론인가, 아니면 윤리 그 이상의 것을 말함인가?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선과 악에 대한 불교의 기본적인 입장을 살펴 볼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서만 불교적 선악론 내지 불교적 윤리학의 가치도 제대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보통 선이란 말에서 착함과 좋음을 떠올린다. ()이라는 한자어가 온순한 양()을 표상하여 만들어졌듯이, 착함으로서의 선은 어질고 고운 마음씨를 뜻한다. 맹자가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性善)고 할 때, 그가 말하는 본성의 선은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不忍人之心)을 뜻하는 것인데, 이렇게 어진 마음이 곧 착함으로서의 선이다. 이에 비해 좋음은 이중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싫다의 반대로서 좋다’()는 주관적인 감정 표현인데 반해서, ‘나쁘다의 반대어로서의 좋다’()는 객관적인 가치 평가이다. 예를 들어 그 의사가 좋다고 할 때, 전자의 의미로는 나는 그 의사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는 뜻이지만, 후자의 의미로는 그 의사는 훌륭하고 유능하다”, 다시 말해 그 의사는 환자의 건강 회복이라는 목적을 달성할만한 능력이 있어서 진단이나 투약을 잘하는 자이다라는 뜻이다. 서양의 윤리학에서 논하는 선은 착한 심성이나 개인적인 호감이라기 보다는, 이렇게 훌륭하다’ ‘유능하다’ ‘즐거움을 준다는 의미에서의 좋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