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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불교

중국의 .유마경.해석 변천에 관한 일고찰*

181304.hwp

.유마경.은 중국 불교 수용사 서술의 중요한 지남이 되며, 그 영향은 사상, 문화 등 분야에
고루 남겨져 있다. 구마라습이 406년에 .유마힐소설경.을 역출한 남북조시대에서부터 당대에 이
르기까지 매우 많은 주석이 이루어졌다. 이 시기는 중국불교가 외래종교에서 벗어나 토착화로
이행하려하던 과도기에 해당한다. 그러한 사상사의 분위기에서 .유마경. 해석이 어떻게 변용되
었고, 중국불교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고찰하는 것이 본 논문의 목적이다. 본 논문에서는
그 방법으로 구마라습의 經題에 보이는 ‘維摩詰’의 어의해석에 대해서 정영사 혜원, 천태대사 지
의, 가상대사 길장의 해석을 검토하고, .유마경.의 중국적 전개의 일면을 파악할 것이다. .

유마힐소설경.은 경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확한 음사어를 경의 제목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겸역 이래의 전통을 중시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유마힐’이라는 음사어를
채용했다. 이것은 당시 ‘유마힐’이라는 명칭이 중국불교에 정착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나라
이후에는 그 음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새로이 역출되는 불전에서는 ‘毘摩羅詰’ 등 보다 범
어에 가까운 음사어로 바꾸는 경우가 많았고, 현장에 의해 한역이 다시 시도되지만, ‘유마힐’, ‘淨
名’을 다른 말로 대치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유마힐’의 어의해석을 중심으로 여러 주석을 비교하면 구마라습보다도 승조가 혜원, 길장 등
에 보다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들에 비해 지의의 설은 범어에 대한 오독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독창적인 해석이라는 점이 눈의 띈다. .번역명의집.에는 그 법통을 이은 천
태종 지원의 설을 가져오면서도 지의의 설이 소개되지 않은 것처럼, 지의의 어의해석은 너무 비
약된 내용이었기에 일반적인 해석으로 수용되지는 못하였다. 다만, 지의는 자신의 해석에 적극
적으로 의미를 부여한 결과 종교적 의의로까지 승화될 정도의 해석을 남겼다는 의미에서는 성
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구마라습으로부터 혜원, 지의, 길장에 이르기까지 약 200년의 시간
적 차이가 있지만, ‘유마힐’에 대한 해석을 비교할 때 그 간에 확립한 교학을 배경으로 객관적인
어의해석으로부터 벗어나 주체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해석 변화는 중
국의 불교 수용사에서 변용과 전개의 한 패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