唯 識 綱 要
佛敎의 敎理는 극히 복잡하나 이것을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緣起論의 敎理요, 다른 하나는 實相論의 敎理이다. 시간적으로 萬有가 생기는 本末을 논한 것이 緣起論이라면, 공간적으로 現象된 萬物의 實相을 논한 것을 實相論이라 한다. 그런데 이 唯識에서 말하는 唯心論은 緣起論의 敎理에 속하는 것이다.唯識에서 주장하는 敎理는 部派佛敎時代의 上座部系인 化地部와 經量部에서 유래한 사상인데 佛滅後 九百年경 無着과 世親에 의해서 그 敎理가 大成하였고, 그후 二百年을 지나 護法 등에 의해서 理論體系가 확립하게 되었다. 요컨대 唯識宗의 敎義는 我의 중심인 阿賴耶識으로부터 一切有情 각자의 自體와 外境인 器世間을 變現한다고 하는 現象的 唯心論으로서 迷悟 染淨의 차별이 있는 이유를 들어, 一切有情으로 하여금 迷界染汚의 근원인 無明 煩惱를 끊어 버리고 無漏淸淨한 勝境인 究竟涅槃의 佛果를 證得함을 근본목적으로 한다. 예전부터 佛敎學者들 사이에 「俱舍八年唯識三年」이라는 말이 있는 바와 같이, 唯識學과 俱舍學은 실로 難解한 학문이라 이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많은 시간과 정력을 여기에 기울여 왔던 것이다. 그런데 新羅時代를 제외한 高麗 李朝兩代 천여 년 간에는 이 학문이 소외된 感이 없지 않았으니, 그만큼 우리나라 불교가 학문적으로 연구되지 못하였다는 증거일 것이다. 俱舍와 唯識에 대한 이해없이 全體的인 불교연구는 불가능할 정도이다. 그러므로 불교를 보다 더 論理的이고 體系的으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俱舍와 唯識의 關門을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三世實有 法體恒有의 宗旨를 말한 俱舍學이 小乘佛敎의 基礎學이라면, 萬法唯識 心外無境의 敎理를 주장한 唯識學은 大乘佛敎의 基礎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俱舍學의 연구 없이는 小乘佛敎를 이해할 수 없으며 唯識學을 알지 못하고서는 大乘佛敎의 이해에 불편을 느낄 것이다. 이와 같이 俱舍 唯識이 전체적인 불교연구의 基礎的인 學說임을 切感한 나머지 서투른 솜씨를 무릅쓰고 감히 日本學者 加藤智遵이 저술한 「唯識綱要」의 번역에 손을 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