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라집역본에 있어서의 2.3문제
경전을 대하는 학문적인 태도는 原典批評을 전제해야 하고, 그 원전비평은共觀의 형식을 빌어야 한다. 특히 경전의 번역을 염두에 둘 때 그러한 共觀과 원전비평은 불가결의 전제조건이 된다. 필자는 언제나 불교 경전의 우리말 옮김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뛰어난 譯經家들에게도 역시 크게 주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鳩摩羅什,(서기 402년 長安에 옴)의 譯經에는 언제나 크나큰 존경의 念과 함께 늘상 음미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大乘佛敎 국가라고 할 수 있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살아있는 대표적인 大乘의 형태는 禪宗이라고 볼 수 있다. 이 禪宗 중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조계종은 그 所依經典의 하나로《金剛經》을 들고 있다. 이《金剛經》은 과연 우리나라에 국한한다 하더라도 가장 많은 수의 刊行과 流布를 보인 經典 중의 하나이다. 실로 최근에 들어서 한글 번역된 것만 해도 수십종에 이른 것을 볼 때,《般若心經》과《千手經》을 제외한다면 우리나라에서만도 가장 널리 受持讀誦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압도적으로 수용된《금강경》은 물론 梵語로 된 것도 아니고 西藏語로 譯된 것도 아니다. 바로 漢譯《金剛經》이다. 나아가 7종을 넘어서는 漢譯本 중에서도 바로 鳩摩羅什의 번역이다. 羅什은 서기 402년경 中國譯經史上 최초로《금강경》을 漢譯한다, 그뒤 수 많은 중국의 思想家들이 이미 이 羅什譯《금강경》을 연구하며 大乘의 龍船을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했고,우리나라의 사상가들도 이 羅什譯《금강경》을 주로《금강경》의 母本으로 간주해 왔던 것이다. 그리하여 20세기가 저물어가는 오늘날도 누군가 금강경을 번역하려 할 때는 이 羅什譯《금강경》을 반드시 하나의 低本으로 삼는다. 梵本《금강경》을 우리말로 옮기려 할 때도 西藏譯本《금강경》을 우리말로 옮기려 할 때도 역시 이 羅什譯本과의 共觀은 잊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