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기

기독교와 불교의 인간과 자연의 관계

현관 2011. 2. 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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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이‘자연계 내 구성원들 간의 상호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면,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생태학의 핵심주제일 수밖에 없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종교적 통찰들은 오랜 세월 동안 우리들의 삶에 없어서는 안될 가치관으로 작동해 왔다. 사람들이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종교적 비전을 가지고 살아온 동안에는 생태적 위기 같은 것은 없었다.
불교와 기독교에 동서양 종교의 대표성을 부여한다면, 創世記는 서구의 종교를 대변하는 우주발생에 관한 통찰이고 起世經은 그것에 관한 동양의 종교를 대변하는 우주론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 혹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체계적이고 심화된 통찰을 보여주는 자료들은 기독교와 불교의 전통 안에 수없이 많다.
많은 자료들 가운데서 이 논문이 이 두 자료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들이 위대 한 두 동서 종교전통의 우주론에 대한 집중적 초기 자료이기 때문이다. 이 논문의 목적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우주의 발생과정을 진술하는 초기 자료에서 살펴보는 것이다.
창세기가 보는 인간은 자연의 정복자, 지배자. 소유자아며, 창세기의 자연은 인간을 '위한’환경일 뿐이다. 인간과 자연의 그러한 관계는 차별적 관계이며 심지어 적대적 관계일 수 도 있다. 비록 그것이 관리권의 위임에 불과하다는 청지기론일지라도 창세기의 세계관은 결국 자연에 대한 인간중심주의일 수밖에 없다.
관리되지 않는 자연은 인간에게 위협적일 수 있다는 사실은 틀림없이 수긍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구 세계관의 토대가 된 인간과 자연에 대한 창세기의 이러한 가치관이 생태적 위기의 한 遠因이라는 지적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일 필요 가 있다.
그러나 생태학적 관심은 결코 과거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 보다도 오히려 내일을 위한 비전이어야 한다. 그런 뜻에서 기독교 신학자들이 애쓰고 있는 생태신학적 천착은 무모한 시도가 아니라 기대해야만 할 충분한 의미가 있다. 신학적 탐구 역시 과거가 아니라 오늘과 내일을 반영하는 해석학적 작업임이 분명하기 때 문이다.
세기경은 인간과 자연을 결코 차별하지 않는다. 자연은 인간의 환경이 아니며,인간은 우주의 만물과 마찬가지로 자연이다. 세기경이 보는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과 분리될 수 없는 동일 생명체다. 자연이 있어서 인간이 있듯이 자연이 망가지면 인간도 망가진다. 세기경의 인간은 자연 위에서 자연을 지배하고 소유함으로써 행복하려는 존재가 아니라 자연 안에 안김으로써 행복한 존재다.
우리는 기세경에서 드러나는 이러한 세계관에 주목해야 한다. 오늘의 생태적 위기가 그룻된 세계관에서 비롯된 것임에 틀림없는 한 그것을 바로잡을 온전한 세계관의 회복은 무엇보다도 절실하기 때문이다. 생태적 위기의 극복을 모색함에 있어, 종교의 지혜가 이성적 성찰 및 실천의 힘과 함께 우리가 의존하지 않으면 안될 최고의 의지처라는 사실은 결코 의심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