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있는이야기

뇌와 언어 [욕구 표현의 매개체 언어]

현관 2013. 5. 18. 21:40

뇌와 언어 [욕구 표현의 매개체 언어]

에딘버러 대학의 한 실험실에서는 한 어머니가 2개월 된 자신의 아기를 마주보고 앉아 있 고, 그 아기는 작은 의자에 앉아서 그녀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두 사람은 실험에 참 여하고 있으며, 실험에서는 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런 일, 즉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 이며 함께 놀도록 격려하고 있다. 아기와 어머니가 있는 실험실의 일면경 뒤에 있는 방에서 는 신경심리학자인 콜윈 트레바덴 교수가 언어의 기원을 탐지하기 위해 이들을 관찰하고 있 다.
지난 20년 동안 트레바덴은 어머니들에게 '자신의 아기와 이야기하라'고 요청했을 때 어 떤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지를 연구해왔다. 그는 유아들이 그들 앞에 걸려 있는 작은 장난감 과 노는지, 아니면 어머니와 상호작용하는가에 따라 두 가지 다른 종류의 의도, 즉 두 가지 방식의 자발적인 반응을 보임을 발견했다. 특히 얼굴, 목소리, 손으로 하는 표현이 가장 잘 드러난다. 아기들은 어머니와 상호작용할 때, 이런 표현에 대해 상당한 통제력을 지니고 있 음이 밝혀졌다. 어머니와 상호작용할 때 아기의 목소리, 얼굴, 손의 움직임은 목적을 가진 듯 보이고, 형태상으로도 매우 규칙적이며, 환경 변화에 눈에 띌 만큼 잘 적응된 것이어서 어머니 같은 관찰자로 하여금 아기들이 어떤 의도를 가진 것으로 해석할 만한 근거가 있다 는 것이 트레바덴의 생각이다.

말을 하는 어른과 말을 할 줄 모르는 아기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언어의 기원에 대하여 뭔 가를 알려 줄 수 있을까? 어머니와 2개월 된 아기가 전형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동안에, 아 기는 어머니에게 미소를 짓고, 다음에는 어머니의 어르는 말투에 대해서 꾸르륵거리거나 한 쪽 손을 갑작스럽게 올림으로써 반응한다. 트레바덴은 이러한 손 움직임, 특히 어깨 위롤 올 리는 손 움직임이 '말하기 전단계'의 입술과 혀의 움직임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어머니와 아기가 상호작용하는 장면을 기록한 영화 필름을 보는 사람은 누구라도 이 정도 나이의 아기가 광범위한 정서와 감정을 가진다는 사실에 수긍할 수 있다. 어머니와 아기는 모두 서로에게 미소를 짓는다. 어머니가 "아가야, 이리 오렴"하고 말하면 아기는 꾸르륵거린 다. 그러면 어머니는 더 나아가 입술과 혀를 움직임으로써(말하면서) 아기를 격려한다. 아기 는 웃음으로써 반응한다. 어머니들은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자기 아기의 모든 행위를 보충해 주는 행동을 한다. 두 사람은 인간의 진정한 대화밑에 깔려 있는 동작들로 이루어진 일종 의 춤(잘 조절된 몸짓과 표현의 교환)을 추는 것이다.

"말과 대화행동의 토대는 태어나면서부터 있습니다. 대화와 관련된 운동구조의 중요한 특 성들과 다른 사람들이 의사소통하는 것을 지각하는데 필요한 지각능력의 중요한 특성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작동합니다. 따라서 이렇게 유아를 연구하는 것은 비록 그것이 아직 음성언 어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할지라도 실제로 언어를 연구하는 것이며, 앞으로 언어로 구체화될 의사소통의 한 형태를 연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트레바덴의 발견은 두 가지 사실을 명확하게 한다. 첫째는 유아들이 자기자신을 외부세계 와 구별하고, 또 사람과 사물을 구별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유아들의 반응은 어머니 와 지금 나누고 있는 '대화'에 대한 것이지 다른 소리에 대한 것이 아니며, 그 반응은 아주 예민하다. 트레바덴은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가 얻은 자발적 의사소통의 실례들을 보면 유아들은 분명히 어머니가 하는 행동에 적 응하며, 단순히 어머니의 얼굴과 목소리를 탐지하는 것만이 아니라 어머니가 방금 한 행동 에 맞도록 자신의 반응을 수정합니다. 아기는 주의를 집중하는 표정으로 어머니를 바라보 며 시선을 모읍니다. 어머니는 이것을 보고 아기에게 말하고 만져 주며 표정을 바꾸는 것으로 반응합니다. 그러면 아기는 좋아서 웃거나 몸짓을 하거나 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아기들이 보이는 이같은 발달 초기의 의사소통은 언어가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의 맥락 속에 묻혀 있다는 견해와 잘 일치한다. 어른들은 다른 사람의 행위와 경험을 전달하거나 가르치 기 위해, 또는 지시하려고 말한다. 트레바덴은 갓난아기들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거나 어 떤 인상을 주기 위해 말과 비슷한 패턴으로 입술과 손을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정보'는 아무것도 오가지 않지만 그런 상호작용은 하나의 심리적 의사소통, 혹은 트레바덴이 붙인 용어로는 '상호교감'이다. 이 상호교감이 유아시 의사소통 발달의 첫단계이다. 트레바덴은 이 렇게 말한다.

"아기는 의사소통을 하려는 추동을 지니고 세상에 태어나며, 때로는 어머니와의 언어 이전 기의(prelinguistic)대화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유아의 발달은 어느 정도는 정 서적인 요소, 즉 의사소통하려는 의지에 의해 촉진됩니다. 이러한 어머니와의 상호 작용은 유아가 나중에 습득할 언어체계만큼이나 잘 조율되어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아기의 반응은 어머니의 몸짓이나 억양에 어울리는 형태를 띠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마치 재즈 연주 가들이 서로 부르고 대답하는 즉흥 연주와 유사하게 어머니 목소리에 고도로 조응된 것입 니다. 어머니의 소리와 몇 마디 말 사이의 시간 틈새에 아기는 음조나 억양을 이용하여 그 상호작용에 서 어머니가 해야 할 다음 역할을 흉내내거나 어머니의 다음 역할에 대한 단서 를 줍니다. 이는 아주 섬세하게 시간을 맞춘 반응입니다. 이와 같은 초기의 협응 의사소통 에 서 아기들이 보여주는 능숙함은 이런 종류의 의사소통이 종(種)특유의 것으로서 회로화되어 있음을 암시합니다."

몸짓, 표정, 목소리, 그리고 나중 단계에서 정식 언어에 의한 의미전달은 본질적으로 사회 화적인 과정이다. 따라서 언어는 문화, 사회화, 지식에 대한 협동적인 탐구 등 실로 모든 종 류의 협동적인 모험들과 연결되어 있다. 트레바덴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평상시에 쓰는 언어를 관찰해 보면 언어가 사람을 속이거나 설득하기 위해, 또 사람들에 게 흥미로운 과제에 대한 정보를 정직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데 사용됨을 발견합니다. 그러 나 또한 사람들의 호감을 사고, 사람들에게 대항하거나 ,권력을 얻기 위해 언어를 사용하기 도 합니다. 언어는 모든 종류의 놀이에서도 사용됩니다. 이러한 모든 경우들에서 인간은 본 질적으로는 의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언어는 경험의 세부사항들을 공유하는 데 쓰는 일차 적인 매개체입니다."

언어가 '일차적인 매개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의사소통의 유일한 매개체는 아니다. 비 언어적인 의사소통 역시 종종 언어와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미소, 음조, 성난 눈초리, 성마른 몸짓, 눈을 위로 굴리는 것, 깊은 탄식, 당황한 표정 등 의사교환의 보편적인 징표들을 해석 하는 데는 통역자가 전혀 필요없다 .하지만 이런 것들 중에 음성언어를 포함한 것은 없다. 트레바덴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거나 목소리의 높낮이를 듣고서, 혹은 그의 손을 보면서 그 사람 마음속의 변화를 알 수 있습니다. 아기의 경우에는 이런 떨어진 거리 에서의 의사소통이 아기의 마음 상태를 조절합니다. 그것은 미래에 아기가 흥미와 의도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데 기초가 됩니다."

이와 같은 과정의 시작은 유아의 뇌까지 들어갈 수가 있다. 트레바덴에 따르면 다음과 같 다.

"목소리 신호에 의한 의미 소통은 아기의 발명품이며 아기의 뇌에서 합성된 것입니다. 아 직 말은 못하지만 아기가 친숙한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을 이해하게 되면 아기는 이미 사회 문화와 언어의 일부가 되는 것입니다."

트레바덴은 어린 유아들과 어머니 사이의 의사소통을 기술하기 위해 원형 의사소통이라는 용어를 새로 만들었다.

"대화행동처럼 보이는 그 무언가에서 6주 혹은 8주 된 아기들은 그들의 몫을 아주 경이로 울 정도로 해냅니다. 시기 적절한 반응, 목소리 억양의 사용, 몸짓과 얼굴 표정의 조합, 그리 고 입으로 말하려는 시도 등을 유아들은 보여줍니다. 비록 영어의 유아(infant)라는 단어는 '말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라틴어 infans로부터 유래하였고 말을 못한다 하더라도 여전 히 유아들은 대화와 비슷한 상호작용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유아는 말소리의 핵심적인 소리와 유사한 발성음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손을 무언가를 표현하는 방 식으로 체계적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들의 표현 방식이 제대 로 작동한다는 사실입니다! 유아가 제대로 표현했으므로 어머니가 이러한 아기의 의사소통 방식에 반응하는 것입니다."

유아를 대상으로 한 트레바덴의 연구들은 의미 전달과 공동의 상징에 대한 자각이 구어(口語)보다도 더욱 기본적이라는 확신을 그에게 심어주었다. 언어에 선행해서 인간은 욕구를 알려야 하고, 정서를 나누어야 하며, 마음의 내적인 상태를 전달해야 한다. 언어는 이 과정 을 세련되게 하며, 언어를 결여한 다른 생물체들에게는 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섬세하게 조율'한다. 나아가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고 다른 사람이 특정한 방식으로 반응하도록 영향 을 미치고자 하는 욕구가 언어를 있게끔 하고 이런 언어의 토대는 아마도 뇌의 우반구와 관계 가 있는 듯하다.

"인간의 의사소통에 대한 보다 자연적이고 심층적인 관점을 가지고서 왜 사람들이 의사소 통하는지, 그럼으로써 무엇을 얻는지, 또 사람들의 동기는 무엇인지를 생각해 본다면 언어 의 매우 중요한 부분을 우반구가 수행할 수도 있음을 발견할 것입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 각합니다. 즉, 대인관계를 담당하는 왼쪽 뇌뿐 아니라 감정을 담당하는 오른쪽 뇌의 활동들 도 언어에는 중요합니다. 갓난아기의 뇌에서조차도 언어로 발전하는 표현적 활동들이 비대 칭적으로 분포되어 있다는 조짐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뇌 덕택으로 우리는 세상을 우리보다 더 잘 아는 보호자나 조상들과 같은 사람들과 상호작 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대화에서 우리의 역할은 맨 처음에는 몸짓을 하거 나 꾸르륵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이고, 다음에는 하나의 단어를 말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문 장을 말하는 것으로 발달하는데, 이런 일련의 대화에서부터 바로 우리들 각각이 속한 광대 하며 문화적 다양성을 갖춘 세계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