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의 인식과 실체
사물이 나의인식과는 별도로 존재하는가? 아니면 모든 사물은 나의 의식 안에서 다루어지는 현상이므로 인식론적으로 환원이 가능한가? 최근까지도 실재론과 반실재론쟁은 인식론과 논리학을 깔고 팽팽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본 논문의 목적은 실재론 논쟁의 대립과 긴장을 해소할수 있는 제3의 길을 타진하는데 있다. 무엇보다 동양철학에서 인식과 실재 문제를 담고 있는 心外無物과 天人合一에서 이러한 길의 단초를 찾으려고 한다. 심외무물에서 사물이란 서양 실재론에서 보듯이 인식과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객관적인 대상이 아니며 그렇다고 주관에 의해 처리된 결과물이라고도 볼 수 없다. 마음(心) 또한 단순한 인식 주체라기보다는 주객이 분리되지 않은 良知t서의 심이라는 점에 주목하였다. 천지만물이란 다름 아닌 우주 본체인 良知 자신이 펼치는 작용의 결과이다.
이러한 체용의 패러다임하에서야 비로소 천인이 합일되는 경지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수용할수 있다. 주관과 객관을 하나로 합일시키는 채철학은 기존의 실재론 논쟁과는 또 다른길을 제시하고 있다. 이 길은 사믈을 개념화, 객체화시켜 고정된 실체로서 보는 것이
아니라 사물과 인식주채가 분리되지않은,다시 말해 부분과 전체가 하나로 합일되는 세상 보기의 길이다. 동양에서는 주객과 내외를 분리시키지 않은 오랜 전통은 주역의 天地 개념에서 그 연원을 찾을수 있고 또한 심외무물과 천인합일 구절에 집약되어 나타나 있음으 볼수 있다. 이러한 세계관은 사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함은 물론이고 인간과 자연의 소통적 관계속에서 다시‘나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의 원초적인 물음을 던질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