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의 죽음에 대한 고찰
들뢰즈에 따르면 시간은 삼중의 속성을 갖는데, 그 각각 세 단계의 종합을 통해서 설명된다. 살아있는 현재, 순수 과거, 영원회귀의 미래가 바로 그 단계들이다. 첫 번째 단계는 습관들의 살아 있는 현재를 구성하고 있는 시간의 선형적 토대의 양상이다. 두 번째 단계는 순수과거의 종합인데, 순환하는 시간의 정초 양상이다. 여기서는 현재는 ‘오래전부터’ 이미 지나간 시간의 현재화에 불과하다. 세 번째 종합은 결과적으로 시간에다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면서 두 개의 다른 단계를 요약한다. 세 번째 종합으로서 영원회귀는 시간과 그 차원들의 종합이며, 다양성과 그의 재생산의 종합이며, 생성과 생성 안에서 긍정되는 존재의 종합이며, 이중적인 긍정의 종합이다. 시간 속에서 반복되는 차이와 그 차이의 반복에 대한 들뢰즈의 사색은 영원회귀 사상으로 점철된다고도 할 수 있다. 또한 영원회귀 사상은 죽음에 대한 사색을 포함하고 있다.
들뢰즈에게 있어서 죽음은 생명체가 곧 ‘되돌아갈’ 생명이 없고 무차별하고 무기적인 물질의 객관적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죽음은 생명체 안에 현전하고, 어떤 전형을 갖춘 주관적이고 분화된 경험으로 현전한다. 흔히 알듯이 죽음은 어떤 물질적 상태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죽음은 모든 물질을 전적으로 포기한 어떤 순수한 형식 즉, 시간의 텅 빈 형식에 상응한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죽음이 어떠한 대립이나 제한을 의미하는 부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죽음의 전형은 일정한 수명의 생명이 물질 앞에서 겪는 제한에서 오는 것도, 불멸의 생명과 물질 사이의 대립에서 오는 것도 아니다. 들뢰즈에게 죽음은 차라리 문제틀의 마지막 형식이고, 문제와 물음들의 원천이며, 모든 대답 위에서 문제와 물음들이 항구적으로 존속한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