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있는이야기
생명체<자동 조절 기계로서의 생명>
현관
2013. 5. 18. 15:58
생명체<자동 조절 기계로서의 생명> |
‘중앙 통제’와 ‘부분들의 상호연결성’ 개념에서 ‘중앙 통제’는 분자생물학의 핵심 개념인 ‘유전 암호’ 이론을 낳았고 그것의 ‘해독’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반면 ‘부분들의 상호연결성’ 개념은 발생학자들에 의해 발생 과정의 설명에 쓰였고 버넷의 면역 정보 개념과 쟈콥, 모노의 유전자 조절 이론에 사용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와 같은 상이함은 점차 해소될 수 있었다. 유전 암호가 모두 해독된 후 그것에 따라 단백질이 만들어진다는 점이 널리 인정받았지만 동시에 생물학자들은 그 유전 암호만으로 생명체의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도 주목했기 때문이다. DNA에 있는 유전 암호에 따라 RNA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여러 가지 단백질에 의해 조절될 수 있었고 만들어진 RNA조차 다른 단백질들에 의해 편집(edit)될 수 있다는 점이 발견된 것이다. 흔히 이러한 단백질들은 유전자 조절 기구(機具, machinery)라 불리고 있다. 단백질로 이루어진 유전자 조절 기구는 상호 의존적인 방식으로 유전 정보의 사용을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최근에 개발된 첨단 분자생물학 기법인 유전자 적중법(gene targeting)을 통해서도 재확인될 수 있었다. 유전자 적중법은 특정 유전자만 선택적으로 파괴하여 그 유전자의 부재 시에 나타나는 효과를 보고 그것의 기능을 추론하는 방법이나, 그러한 방식에 의해 많은 유전자가 파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효과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자주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생물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하나의 유전자가 파괴되어도 그 파괴된 유전자의 기능을 보충할 수 있는 다른 유전자 혹은 단백질로 이루어진 기구가 존재한다는 점을 주장했고 이것이 기술 시스템의 ‘2중 안전장치(fail-safe machinery)’와 같은 것이라 여겼다. 다시 말해서, 생명체는 기계의 특정 부분의 고장에 대비하기 위해 시스템의 일부로 첨가된 2중 안전장치를 내장하고 있는 셈이다. 즉, 현대 생물학자들은 유기체론과 사이버네틱스를 잘 조화시켜 정교한 자동 조절 기계와 생명체의 구분을 허물고 있다. 유전 암호는 분명히 DNA 상에 존재하지만 세포의 내부, 외부에 존재하는 복잡한 기구들은 상호작용을 통해 이 유전자 암호의 사용을 조직적으로 관리․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물학적 개념들은 한편으로는 유기체론에서 나왔지만 사이버네틱스와 복잡 시스템 이론의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