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 인식론의 유식; - 불가적 이해-《에티카》를 중심으로 -
본 연구는 스피노자 《에티카》에서 전개되는 인식론이 가지는 유식․불가적 함의를 분석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스피노자에 관한 통상적 해석이 넘어 서지 못하는 체계적 애매성이나 의미상의 혼란스러움을 유식․불가적 관점에서 읽음으로써 극복하려는 의도와 함께 구성되었다.
특히 《에티카》에서 전개되는 인식론이 함의하고 있는 수행론적 성격에 초점을 맞추어 인식단계설에 녹아있는 유식․불가적 함의를 이해하는 것을 중요하게 다룬다. 먼저 그의 ‘기하학적 방법’이 함의하고 있는 불가 수행적 의미를 읽어내고, 스피노자의 ‘신’을 ‘여래장’으로 읽어낼 것이다. 그리고 스피노자의 3단계 인식설을 단순한 인식론적 차원에서 읽기보다 이를 넘어 깨달음을 향한 수행론으로 해석한다. 스피노자의 1종지(표상지)를 변계소집성으로, 2종지(이성지)를 의타기성으로, 그리고 3종지(직관지)를 원성실성으로 유추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해석에 의해서이다.
특히 스피노자의 인식단계에서 2종지의 위치가 중요하다. 1종지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인식단계이면서도 동시에 3종지에로 상승할 존재론적 토대란 점에서 깨달음의 기체 역할을 한다. 2종지가 기체 역할을 한다는 의미는 3종지에로 상승할 동기가 되면서도 동시에 1종지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할 단계가 된다는 의미이다.
스피노자가 ‘기하학적 방법’을 인용한 것은 자신의 철학을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논증적 사유의 이면에 드리워져 있는 존재론적 근거인 ‘신’에 대한 인식인 3종지(반야지)에로 이르는 길을 안내하는 데 본래적인 목적이 있다. 그의 안내를 따라 사유의 숲속으로 들어설 때, 《에티카》 저편에서 들려오는 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의 번뇌에서 스피노자의 《에티카》가 들려주는 열반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