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이야기

유기체론과 사이버네틱스

현관 2009. 5. 3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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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적, 실천적 측면에서 유기체론(organicism)과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는 매우 다른 것처럼 보인다. 전자가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이후의 철학자들과 생물학자들이 생명체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이라면 후자는 위너(Nobert Wiener), 섀년(Claude Shannon),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 등의 수학자와 공학자들이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만들어낸 학문이기 때문이다.1) 유기체론을 옹호하는 철학자와 생물학자들은 생명이 기계와 다른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그 특성으로는 생명의 진화, 자기 증식성, 합목적성, 조직성 등을 들었다.2) 반면 사이버네틱스의 창시자들은 기계도 고도로 조직화될 경우 생명체와 구별되기 어렵다고 생각했으며 실제로 그러한 기계를 만들어 전쟁 등의 여러 목적에 사용하고자 했다. 그들이 보기에는 생명, 기계 모두 정보 전달(information transfer)’ 혹은 피드백(feedback)’을 통해 통제되고 조절될 수 있으며 예측도 가능한 대상이었던 것이다. 사실, 최근의 역사적 연구는 이러한 사이버네틱스의 주창자들이 생명과 기계의 유사점을 주장하는 것을 넘어 자신들의 개념과 이론을 통해 생명에 관한 더 보편적인 관점을 확립하려 했다는 사실을 보이고 있다. 특히 그들은 콰슬러(Henry Quastler), 델브뤽(Max Delbrück), 왓슨(James Watson), 크릭(Francis Crick), 쟈콥(François Jacob), 모노(Jacques Monod), 니렌버그(Marshall Nirenberg), 워딩턴(Conrad H. Waddington) 등의 생물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3) 이들에 의해 유기체기계사이의 간격은 과거에 비해 훨씬 좁혀질 수 있었다. 컴퓨터와 로봇을 통해 인간은 생명체가 살아가는 방식을 가장 잘 알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