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식이야기
유식론과 현상학에서 식의 존재문제
현관
2009. 5. 17. 15:20
후설 현상학이 하이데거의 존재사유를 거치면서 의식의 존재 문제가 아포리로 남게 되었음은 주지하는 바이다. 이러한 서양 현대철학사상의 문제론에서 출발하여 이 문제에 대한 유가행파의 견지를 현상학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데 이 글의 목적이 있다. 이에
따라 본고의 논의는 당연히 불교사적인 고찰보다는 유가행파의 근본교설인 삼성설의 구조적인 이해에 주력하게 될 것이다.심의식이 윤회와 해탈의 가능 근거라고 보는 유가행파의 견지는 삼성설에서 심의식의 본질을 의타기성으로 규정하는 데서 명확히 드러난다. 심의식의 의타기성은 의식의 존재 방식에 관한 유가행파의 입장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이에 따르면, 의식은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실존 방식에 따라 변계소집성과 원성실성으로 전환되는 가변적인 것이다. 우리가 자신을 망각하고 객관적 세계의 존재를 절대시할 때, 의식은 은폐되어 한낱 비유(非有)로 보인다. 그러나 유가행의 실천을 통해 유식성에 오입할 때, 은폐되어 있던 의식이 세계의 존재근거로서 존재함(有)을 알게 된다. 더 나아가 마침내 허망분별을 단멸하고, 원성실성을 성취하게 되면, 세계와 함께 의식도 없어져 무(無)가 된다. 그래서 유가행파에서는 식의 진정한 존재방식을 궁극적으로 “無의 有”라고 규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