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이야기
유전자와 문화: 후성 규칙의 덫
현관
2009. 6. 28. 17:19
문화에 대한 ‘통섭’적 이해를 위해 에드워드 윌슨이 제시하는 것이 이른바 “유전자-문화 공진화(gene-culture coevolution)” 이론이다. 그것의 핵심은 유전자가 이른바 ‘후성 규칙’을 통해 문화로 연결되고 그 문화가 조성한 환경은 다시 후성 규칙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유전자의 선택과 진화를 유발하는 상호 관계 속에서 양자가 함께 진화하는 구조이다. 그런 구저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 후성 규칙을 통해 문화를 통제하는 유전자이다. 그 점에서 윌슨의 통섭은 진화생물학 중심의 통섭이다. 이 논문에서 필자는 윌슨의 공진화의 두 방향, 즉 ‘유전자에서 문화로’의 이행과 ‘문화에서 유전자로’의 이행 각 방향에서 진화론적 설명이 갖는 표준적인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통습의 한계와 가능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것을 위해 후성 규칙의 성립 가능성을 진단하고 문화가 갖는 환원불가적인 자율성을 부각시킨 다음, 후성 규칙이 윌슨이 생각하는 역할을 하기가 매우 어려우며 그런 만큼 진화생물학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에 대한 그의 통섭 전략은 매우 제한적인 의미만을 갖는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