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은 진화의 우연한 결과인가?
다아윈의 진화론의 새로운 점은 그가 진화론을 주창했다는데 있지 않다. "진화"(evolution)라는 말은 동시대 영국의 철학자였던 스펜서(H.Spencer)에 의해서 처음 도입되었으며 다아윈은 오히려 이 용어를 싫어했다. 다아윈의 새로운 점은 진화( 보다 중립적 용어로 "변이")의 기
계론적 메카니즘을 제공했다는데 있다. 포퍼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잘 요약하고 있다.
다아윈의 자연선택론은 순수히 물리적 용어를 사용하여 이 세계의 설계와 목적을 설명함으로써 원리적으로 목적론의 기계론에로의 환원가능성을 보여주었다.그는 어떻게 생명의 목적지향적인 외양을 기계적 메카니즘으로 환원시킬수 있었을까? 다아윈은 이것을 위해 종의 진화가 발생하는 두가지 과정을 구분했다.
(1) 다양성을 낳는 생산자
(2) 다양성을 걸러내는 필터
(1)은 무작위적으로 발생하는 (돌연)변이이고, (2)는 자연환경이다. 다아윈은 변이의 원인을 묻지 않았다. 그의 관심은 특정 변이가 왜 보존되는가 하는 것이었고 이것이 그의 자연선택론의 핵심이다. 요컨대 (2)가 그의 중요한 관심사였다.다아윈에 와서 생명은 스스로 환경에 적응해가는 능동적 존재에서 환경에 의해 선택(또는 도태)되는 수동적 존재로 바뀌었다. 데카르트에서 시작된 불활성 또는 수동적 존재로서의 실체개
념은 다아윈에와서 생명의 영역에 까지 확장되었다. 필자는 졸고 "갈릴레오-뉴턴의 운동론과 다아윈의 자연도태론의 방법론적 측면에서의 비교"(1984)에서 데카르트-뉴턴의 관성개념과 다아윈의 변이개념의 방법론적 유사성을 지적한바 있다. 관성의 개념이 도입됨으로써 아리스
토텔레스 이래의 운동의 원인이라는 개념이 물리학에서 추방되었고 이제 물리학에는 운동변화의 원인 즉 가속도의 원인만이 문제되게 되었다. 이로써 물질의 활성은 수동적인 불활성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라마르크의 변이의 원인이라는 개념이 생물학에서 추방되고 생
물학은 이제 변이의 보존의 원인만을 문제삼게 되었다. 여기서 생명이 가졌다고 간주되던 고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