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론적 신 존재 증명에 대한 칸트의 비판
이 글은 칸트가『순수이성비판』에서 존재론적 증명을 어떻게 비판하고 있는지를 고찰하면서, 그 비판의 근거가 되는 칸트의 존재론을 구명함에 그 목적을 가진다. 11세기에 안셀무스에 의해 존재론적 신존재 증명이 최초로 체계적인 형태로 제시된 이후, 그것에 대한 찬반 논쟁의 장구한 역사 속에서 칸트가 차지하는 위치는 그 어느 누구의 위치보다 두드러진다. 특별히 그가 자신의 주저〈순수이성 비판〉에서 행한 논의들에 대해 많은 주석가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는데, 예컨대 월쉬는 사변 신학에 대한 칸트의 비판은 "파괴적”이라 평가하였으며. 힉은 칸트를 "데카르트식으로 제시된 존재론적 증명에 대해 가장 철저하고도 치명적으로 비판을 한 사람이라고 묘사하였다. 브로드는 주장하기를 "존재론적 증명에 대한 칸트의 비판은 아주 결정적인 것라 하였고, 스트로슨도 브로드와 마찬 가지로 칸트의 비판을 "정말로 결정적”이라 하였다. 또한 월커슨 같은 사람은 칸트의 논의 속에 몇 가지 홈이 있기는 하나, "대체적인 큰 줄기에 있어서 이 논박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고 말했고.
유잉은 "그 논변에 대한 칸트의 반박 중에서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것은 그가 든 100탈러 비유였다. 그것은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평가했으며, 심지어는 보통 칸트를 신랄하게 비판하곤 했던 베넷트조차도 존재론적 신존재 증명에 대한 칸트의 비판은 ''참일 수도 있는 중요한 뭔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석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은 요컨대 칸트가〈순수이성비 판〉에서 존재론적 증명을 결정적으로 논박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그러한 의견에 동의하고, 이 논박된 증명 방식에 관해 더 이상 관심을 두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과연 이 증명 방식을 그토록 결정적으로 반박한다는 일이 도대체 가능한 일 인지 의문이 생긴다. 왜냐하면 존재론적 신 존재 증명에는 안셀무스 개인 혹은 그 당시의 주도적 사상의 존재론적 입장이 논변의 단계 단계마다 전제로서 개입되어 있어서, 만일 비판이 가해진다면 그 전 제들이 비판받아야 하는데, 도대체 존재론직 전제들에 대한 완벽한 비판이란 가능한 것 같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한 사상의 심층 기저를 이루고 있는 전제들에 있어서는 그것이 옳다, 그르다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과 같은 것만 가능한 것이 아 닐까?
이러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이제 나는 칸트가〈순수이성비판〉초월적 변중론에서 존재론적 신 존재 증명을 비판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여, 그것을 몇 개의 단락으로 나누어 고찰해 보고, 칸트의 비판에 대해 존재론적 증명의 옹호자들은 과연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어야만 했는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이 비판에 대해 그들이 응수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는 순서로 논의를 진행시켜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