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야기
죽음의 성찰: 한국인의 죽음관, 영혼관, 신체관
현관
2009. 6. 22. 10:28
이 글은 죽음의 의미를 철학적 인간학의 관점에서 고찰한 것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철학적 인간학의 관점이 인간의 본질과 우주에서 인간의 지위에 관한 물음이듯이, 이 글에서 나는 “죽음이란 무엇인가”의 화두(話頭)를 통해 죽음의 본질과 개념을 정의 내리고, 영혼과 육체의 관계, 삶과 죽음의 의미론적 연관성을 우리의 전통 사상에 근거하여 고찰하려 했다.
먼저 생물학적 죽음을 인간적 차원으로 고양시켜 주는 것이 의례(儀禮)이다. 즉 우리는 하나의 인간학적 과정으로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아니 죽은 이후의 삶에 이르기까지 일종의 “통과의례”를 거쳐야만 하고, 그 중에서 (인간적)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의례화한 것이 “상례”이다. 상례에서 죽음은 영(靈)과 육(肉)의 분리를 의미한다. 이로부터 영혼의 문제가 제기되며, 이 물음은 종교에서 잘 대답될 것이다.
무속(巫俗)은 한국인의 원시적인 종교의식을 형상화한 것이다. 무속에 따르면 죽음이란 영혼의 장소이동이다. 그것은 다만 이승에서 저승으로, 차안에서 피안으로 변경을 의미한다. 그러나 무속에서 이런 변경은 동일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선악의 개념에 따른 가치론적 변화일 따름이고, 순간에서 영원으로 변화일 따름이다. 즉 무속에서 사령(死靈)은 조상혼과 원혼으로 구분되며, 그것이 선령이든, 악령이든 죽은 영혼에게 안식을 부여하는 것은 살아남은 자의 몫이다. 여기서 삶과 죽음을 매개하는 하나의 원리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