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불교윤리문화의 형성과 전개
현재 우리가 몸담고 있는 한국사회는 이른바 다종교사회에 속한다. 이는 다시 말해 개별 종교의 고유한 가치체계들이 우리의 사고 및 행동방식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뜻한다. 가령, 오늘날 불교와 기독교 사상을 배제한 채 한국인의 사유구조를 이해하기 힘든 것은 이런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특히 불교사상의 전래와 수용과정은 한반도의 지적, 문화적 수준을 근본적으로 고양시킨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러나 어떤 종교가 특정 사회와 만나고 이에 적응하는 데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게 되는 것이 상례이다. 예컨대, 우리는 이차돈의 순교와 관련된 기록을 통해 불교가 고대 신라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이 결코 간단치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한편, 한반도에 들어 온 기독교가 민족 고유의 단군신앙 및 제사문화를 우상숭배와 연관시켜 해석하려고 함으로써 빚어지는 우리 사회 내부의 종교적 갈등도 이런 시각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종교는 그 사회의 종합적 가치체계 형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는 문화의 변동과도 무관하지 않다. 예를 들면, 신라사회의 윤리의식은 ‘순교’를 통해 대승불교의 가치, 즉 보살 정신의 사회적 구현으로 전환되었다. 또한 천주교의 경우, 초기에는 ‘제사문화와의 갈등으로 인해 탄압’을 받았지만, 오늘날에는 전통문화와의 화해를 추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화변동의 요인은 관념적인 가치문화’이고, 종교는 이 사회적 변동의 구심점이 된다. 말하자면 문화변동은 종교변동과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다.
이러한 종교변동의 내용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지적될 수 있다. 첫째, 종교의 사회적 위상 변화이다. 여기에는 종교의 양적 성장, 사회적 영향력의 변화, 그리고 사회적 기능 및 새로운 형태변화가 있다. 둘째, 종교영역의 변동을 볼 수 있다. 새로운 종교의 태동이나 전래, 지배종교와 주변종교의 위치변화 등이 그 예가 된다. 마지막으로 종교구조의 변동과 종교조직의 역동성이 있다. 여기에는 종교경험의 변동, 종교사상의 변동, 종교의례의 변동, 종교조직의 변동 등이 포함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