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의 칸트 인식론 비판 ―‘오성’ 개념을 중심으로―
이 논문은, 헤겔의 정신현상학이 고찰하고 있는 철학사적 의미 가운데, ‘오성’ 개념을 중심으로 한 칸트의 인식론을 비판적으로 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서 우리가 동시에 그리고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은 헤겔이 자신의 철학사 강의에서 다루고 있는 「칸트」 장이다. 우리는 헤겔의 철학사 강의를 통해서, 헤겔이 자신의 체계를 정립하기 위하여 철학의 역사를 얼마나 철저하게 연구하였는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주지하다시피, 헤겔은 정신현상학을 자신의 철학적 체계의 ‘입문서’로 간주하였다. 그렇다면 이를 위해 헤겔은 무엇을 했을 것이며, 우리는 거기에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가? 절대적 관념론 철학자인 헤겔로서는 정신―이성, 의식―을 철학의 원리로 삼은 것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경험을 배제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험론적 견해를 사유의 출발점으로서 적극 수용한다. 철학의 역사도 바로 이와 같은 관점에서 출발하며, 헤겔에 있어서 참다운 지(知)의 출발점도 이와 동일하다. 이러한 관점이 대상의 영역에만 적용될 때, 우리는 그것을 인식론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헤겔은 이것을 대상의식의 관점에서 고찰하고 있다. 그런데 그 논의의 전개과정이, 철학사에 있어서 중요 철학자들이 행한, 자연에 대한 인식 주관의 발전․전개과정과 동일한 과정․방식이다. 이러한 인식과정을 최초로 행한 자들이 희랍의 자연철학자들이었으며, 다음으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리고 칸트가 헤겔에 앞서서 인간의 인식능력을 철저하게 검토하였다. 헤겔은 칸트의 뒤를 잇고 있는데, 「감성적 확실성」과 「지각」 그리고 「힘과 오성」 장에서 앞선 철학자들의 사상을 각각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특히 칸트에 관련해서 헤겔은, 칸트의 ‘오성’ 개념에 대한 비판을 통해서, 대상의식에서 자기의식으로 이행하는 정신의 변증법적 발전계기를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