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설의 해석은 전통적 해석과 근대적 해석으로 나눌 수 있다. 전통적 해석에 의하면, 연기는 시간적 인과관계이다. 근대적 해석에 의하면, 연기는 비시간적·동시적 논리관계이다. 따라서 아비달마 논사로부터 근대불교학자까지의 연기해석을 종합해 보면 연기란 이시적 인과관계, 동시적 인과관계, 공간적 인과관계, 조건과 귀결의 인과관계, 논리적 관계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되어 왔다. 필자는 이러한 다양한 인과관계는 기본적으로 연기와 연기의 원리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연기는 관계(성)이며 연기의 원리는 관계성의 원리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원리가 있다. 제1원리는 ‘이것이 있음으로 인해, 저것이 생기한다’이며 제2원리는 ‘이것이 생기함으로 인해, 저것이 생기한다’이다. 제1원리는 ‘~이라는 연에 의하여’라는 관계를 구성하는 ‘법’의 생기과정을 기술한 것이다. 인간의 모든 경험의 가장 기본적 단위존재는 (연이생)법이다. 이 법의 생기과정은 미시적 세계의 형성과정이다. 여기에는 단지 찰라적·생멸적 시간만이 생성할 뿐이다. 제2원리는 단위존재인 법이 다른 존재와 관계를 맺는 방식 즉 ‘~이라는 연에 의하여’라는 ‘관계’(연기)의 특징을 기술한 것이다. 즉 찰라·생멸하는 법이 여건이 되어 다른 법과 관계를 맺어 거시적 세계가 구성되는 것이다. 이 법과 법의 관계맺음에서 同時的 시간과 異時的 시간이 발생한다. 즉 동시적·이시적 시간이란 법과 법의 관계맺음, 즉 제2원리에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감각적 경험에 의한 동시적 사태, 이것을 근원적인 것으로 두고서 연기를 설명하려는 데 모든 오류가 발생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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