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의 과학의 가장 큰 업적의 하나는 인간의 두뇌와 마음, 그리고 컴퓨터와 기타 인공물들(각종 도구, 사회적 문화적 체계 포함)을 연결하는 하나의 포괄적 과학적 보는틀을 도출한 것이었다. 그러한 틀이 바로 계산(computation)과 표상(representation)의 개념을 중심으로 인간의 마음과 두뇌 및 컴퓨터를 유사한 원리가 구현된 정보처리 시스템으로서 이해하려 하는 정보처리적 패러다임(Information Processing Paradigm)이며, 이러한 틀의 개념적, 이론적 바탕과 응용적 구현의 원리를 제공하는 종합적 과학으로 등장한 것이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이며 그 핵심에 놓여 있는 것이 인지심리학(Cognitive Psychology)이다(이정모 외, 1999). 인지과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의 마음, 특히 知와, 인공적 知의 정보처리적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며, 동시에 前者를 가능하게 하는 두뇌의 기전을 이해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1980년대 중반까지의 인지과학적 연구는 인지심리학과 인공지능학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인간의 마음의 신경생물적 기반의 중요성을 무시하였다. 즉, 신경생물적 기초 없이도 순수 심적 과정을 이해 가능하다는 관점을 전개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이 신경과학을 소홀히 하게 된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그 하나는 그 당시의 신경과학적 연구 도구와 연구 물음이 인지과학 특히 인지심리학적 연구와는 거리가 있었던 것이다. 분자수준과 해부학적 구조 중심의, 그리고 감각-운동 기관 중심의 신경과학적 연구들은 고차 심적과정을 분석, 설명하려는 인지과학자들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되는 연구로 비쳐졌다. 둘째 이유는 당시의 인지과학을 지배하였던 철학적 기능주의 관점과 물리적 기호체계(Physical Symbol System) 이론은 계산적, 기능적 원리가 동일하다면 두뇌나 컴퓨터의 하드웨어적 특성의 고려 없이도 한 체계의 정보처리적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개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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