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동양은 동양, 서양은 서양인가? 동․서양의 철학을 접하면 어떻게 같은 별에 같은 시대에 사는 같은 인류가 이렇게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가 새삼 놀라게 된다. 서양이 실체론적 사고를 한다면 동양은 허공의 사고, 또는 관계의 사고를 한다. 서양이 이분법으로 세계를 이해한다면 동양은 총체적이고 전일적(全一的)으로 세계를 직면한다. 서양이 합리적 논증을 펴나간다면 동양은 직관의 통찰을 한다. 서양이 이데아를 상정하고 여기에 이르기 위하여 구성적 사유를 한다면 동양은 도(道)든 진여실체(眞如實體)든 이에 이를 수 없다며 해체적 사유를 요구한다. 서양이 동일성을 추구한다면 동양은 그것이 실은 차이에 불과함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동양과 서양은 통하는 것이 있다. 동서양의 성현들의 사상 속으로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양자가 서로 통함을 감지한다. 특히 이분법이나 동일성의 사유를 벗어나려는 탈현대의 철학이나 신서학(新西學)은 동양사상과 통한다. 또 다르다 하더라도 달의 어두운 부분이 있어 밝은 부분이 드러나듯 서양을 보아야 동양이 비로소 드러난다고 하는 것이 연기적 사고에 충실한 것이 아닌가? 기(氣)의 존재를 추상적으로 증명하는 것보다 과학기기를 써서 입증할 때 더 많은 대중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처럼 불교의 세계화와 대중화를 이룩하려면 불교는 대중의 코드로 번역되어야 하고 서양의 합리적 논증과 설명을 보태야 하지 않을까? 법장(法藏)이 화엄(華嚴)의 일중다다중일(一中多多中一)을 천장과 바닥과 사면이 거울로 이루어진 방 한가운데 불상을 놓아 무한대의 불상이 서로를 비추어주고 서로를 담고 있는 모습으로 이해를 시켰듯, 인문학은 최소한 이해와 설득의 방편은 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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