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철학사에서 불교와 도가의 첫 만남을 우리는 격의불교라고 한다. 위진남북조시대에 성립한 격의불교는 도가의 언어를 빌려 반야사상을 설명함으로써 소위 6가 7종을 이루었다. 그러나 道安(312~385) 이후에는 도리어 격의불교를 비판하고 僧肇(384~414)에 이르러 도가로부터 반야사상의 독립적 위치를 확보하였다. 이후 불교의 세력이 공고해지자 도가는 불교의 영향을 받게 되었다. 成玄英(약 606~690)은 당 초기의 대표적인 도사로서, 그의 莊子疏에 보이는 重玄의 철학에는 반야사상의 언어가 넘친다. 그러나 당나라 중기 이후 화려하게 꽃핀 禪宗의 진정한 원류는 도가라는 반전이 또한 이루어진다. 이와 같이 위진남북조시대 이후, 송대에 성리학이 성립하여 삼교 교섭의 시대로 진입하기까지 약 700여 년 간 불교와 도가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였던 것이다.
불교와 도가의 철학이 서로 다른 지역적․문화적 배경에서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였지만 특히 상호간에 공통된 철학문제를 논의할 수 있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즉 불교가 중국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위진남북조시대의 현학의 중심문제인 有無論은 역시 대승불교의 출발인 반야학에서도 똑같이 다루어졌던 것이다. 다 아는 바와 같이 위진현학은 본체론적 사유에 입각한 왕필의 貴無論과 본체론을 철저히 비판하는 곽상의 崇有論을 양대 주류로 발전하였다. 이미 노자에서 우리는 본체론과 반본체론의 양 계기를 발견할 수 있는바, 노자에 보이는 ‘有生於無’ 또는 ‘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에서 본체론적이고 발생론적인 사유를 발견한다면, 無爲自然에는 본체론 또는 발생론을 비판할 수 있는 반본체론적 사유방법이 내재한다. 한편 불교의 반야학은 철저히 본체를 부정하는 緣起性空, 空卽中道의 사유방법을 토대로 이루어졌다.
격의불교 초기, 즉 현학의 영향하에서 반야공사상을 이해했던 6가 7종은 현학과 같이 有 또는 無의 어느 한편에 치우친 세계관을 형성하는 경향이 지배적이었다. 따라서 구마라집(?~413)에 의해 본격적인 반야학이 수용되고 龍樹의 논서들이 漢譯되면서, 승조를 비롯한 반야학가들은 空卽中道의 논리를 기반으로 유 또는 무에 치우친 격의불교를 비판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승조 이후 불교는 현학의 틀을 완전히 벗어 버리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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