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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철학이야기

온 생명과 가이아; 비교와 비판

201750807.hwp

어떤 개념의 창안은 개인의 몫이지만 그 개념이 활착하느냐의 여부는 사회의 몫이다. 개념은 비판의 장 속에서 그 비판을 이기고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마치 어떤 형질의 출현은 유전자의 몫이지만 그 형질이 자연의 장 속에서 활착하느냐의 여부는 자연의 복잡한 네트워크상에서 작동하고 있는 자연선택의 테스트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것을 성공적으로 통과했을 때 이것은 자연의 네트워크상에 받아들여지고 보존된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개념도 이 과정을 통과함으로써 개념들의 네트워크(지식체계)속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포퍼는 이것을 "세계3"-객관적 지식-이라고 불렀다.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암묵적인 전제가 있다. 우리와 동시대의 우리 철학자나 우리 과학자들에 의해서 논의된 것은 철학의 주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아직 우리의 철학이라고 내세울 만한 것이 없으며 있다 하더라도 아직 미성숙 단계여서 연구의 대상이 되기는 시기상조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러나 우리는 타성에 젖어 곳곳에서 발호하고 있는 우리의 생각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용옥 교수의 "기철학"이 학위논문의 주제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 내가 볼 때는 이것은 우리의 의식의 문제이지 우리 학문의 수준의 문제는 아니다. 그것이 학문의 장 속에 들어오게 되면 비판의 장을 통과해 가는 과정에서 더욱 깊어지고 넓어지면서 본래의 창안자의 수준을 뛰어넘는 사상으로 발전해갈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한 생각을 구체화하는 것은 개인이지만 이것을 성숙시키는 것은 사회이고 이때 그 생각은 세계3의 객관적 지식이 된다. 이런 맥락에서 장회익 교수의 "온생명"의 개념을 함께 검토해 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