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논문을 쓰는 동안 데카르트의 철학 안에서 논쟁점이 되는 세 가지 주제를 발견했다. 첫째 주제는 영혼과 신체의 관계의 문제 이다. 영혼과 신체는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가? 양자는 서로 결합되어 있는가, 아니면 서로 분리되어 독자적으로 존재하는가? 양자는 인과적으로 상호 작용을 하는가. 아니면 양자간의 직접적인 작용은 불가능한가? 둘째 주제는 데카르트의 '감각 내용 개념과 관련한 그의 '의식' '사유' 개념이다. 감각 내용은 정신적인 현상인가. 아니면 물질적인 현상인가? 그것은 정신 혹은 의식 없이도 가능한가, 아니면 항상 의식과 관련되어야만 가능한가? 감각 내용이 항상 의식과 관련 된 사유의 양태라면 감각 내용과 의식의 관계는 무엇인가? 의식은 항상 감각 내용을 수반하여 그것을 반성적으로 파악하는가, 아니면 의식은 감각 내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감각 내용과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인가? 이 주제는 데카르트와 동시대인이면서 『성칠-』과함께 출간된『반박과 답변』의 두 반박자인 홉스와 가쌍디가 이해하는 의식과 감각 개념이 데카르트의 의식과 감각 개념에 비교되어야 온전히 이해될 것이다. 셋째 주제는 목적성의 개념이다. 데카르트는 자신의 형이상학과 자연학에서 이 관념을 배척했다. 그리고 영혼과 신체의 결합과 관련해서만 이 관념을 인정한다. 영혼을 탐구하는 학문이 형이상학이고 물체를 탐구하는 학문이 자연학일 때, 영혼과 신체의 결합과 관련해서 형이상학과 자연학에 대응하는 어떤 학문이 성립하는가? 아니면 학문의 영역에서 배척되는 것처럼 보이는 (합)목적성의 관념이 영혼과 신체의 결합과 관련해서 학문적 지식을 대처'하는 어떤 다른 기능을 할 수 있는가?
첫째 주제와 셋째 주제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데카르트 이후 근세 철학사에서 지속적인 문제가 된 영혼과 신체의 관계의 문제는 데카르트에게서 영혼과 신체의 결합의 보존이라는 (합)목적성의 관념에 의해서 특징지어질 수 있다. 1644년에 출간된『여섯째 성찰』과 1649년에 출간된 그의 마지막 주저인『정념론』에서 이 관념은 데카르트의 사유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둘째 주제는 다른 두 주제와의 명시적인 연관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 따로 다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지면 관계상 이 문제가 따로 다루어 지지 않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위에서 말해진 첫째 주제와 세째 주제를 밀접히 연관 시키는 두 관념이 다루어질 것이다. 즉 영혼과 신체의 결합이라는 관념은 이 결합의 보존이라는 (합)목적성의 관념과 긴밀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영혼과 신체의 결합은 논리적 필연성에 따라서 영혼과 물체로부터 반드시 연역될 수밖에 없는 성격을 가진 것이 아니라, 사실적이고 경험적인, 따라서 논리적으로는 우연적인 성격을 가지 고 있다. 그런데 어떤 원리가 작용하여 영혼과 신체의 결합을 지배 한다. 그 원리는 영혼과 신체의 결합의 보존이라는 (합)목적성의 원리이다. 나아가서 이두관념의 연관이 다루어질 때 감각내용과 정념이 반드시 함께 다루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감각 내용과 정념은 영혼이 신체와 결합되어 있는 한에서 생기는 현상이며,
이 결합의 보존이라는 (합)목적성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합)목적성의 원리가 실행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감각내용과 정념이라는 이 두 현상 때문이다. 이 현상들은 (합)목적성의 증거이자, 영혼과 신체의 결합의 증거가 된다.
머리말의 나머지 부분에서는 우선 데카르트의 철학 내에서 영혼과 신체의 결합이라는 주제가 가지는 대략적인 위치와, 일반적인 철학적 주제로서의 영혼과 신체의 관계 문제에서 영혼과 신체의 결합과 상호 작용이 가지는 난점, 그리고 데카르트에게서 이 난점이 해결될 수 있는 방향이 검토될 것이다. 그리고 나서 데카르트의 감각 비판 과정을 통해서 드러나는 감각 내용의 성격을 검토할 것이 다. 감각 내용은 영혼과 신체의 결합의 보존이라는 (합)목적성을 가진다는 자신의 성격을 통해서 영혼과 신체의 결합과 상호작용의 증거가 된다. 원래 필자의 학위 논문에서는 정념의 성격들까지 다루어졌지만, 이 글에서는 지면 관계상 배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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