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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철학이야기

라이프니츠의 자연철학과 칸트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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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진

1. 객관주의적 자연철학의 두 가지 방식

물질에 대한 모든 경험적인 술어들은 운동으로 환원된다. 운동이 장소의 이동을 의미하든 상태의 변화를 뜻하든 간에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자연과학적 의미의 물질은 운동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물질을 이처럼 그 근본규정인 운동을 통해 고찰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의 존재론적 관계를 통해 탐구한다면, 이때 물질은 형이상학적 의미에서 자연의 질료가 되고 공간은 자연의 형식이 된다. 자연은 질료와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질료와 형식, 그리하여 물질과 공간이 모두 객관으로서의 자연에 속한다고 보는 형이상학을, 다시 말해 질료와 형식을 모두 객관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존재론을, 우리는 객관주의적 자연철학이라 부를 수 있다.

외부 대상에 대한 객관주의적 자연철학은 물질과 공간의 존재론적 선후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기하학적 자연철학과 동력학적dynamisch 자연철학으로 구분된다. 물질이 이미 존재하고 있던 빈 공간에 채워지는 경우 이 공간은 공백형 공간이라 부를 수 있는데, 이렇게 물질을 공백형 공간과 관련지어 바라보는 자연철학은 기하학적 자연철학이라 일컬을 수 있다. 기하학적 자연철학에서는 객관적 형식에 해당하는 공백형 절대 공간이 객관적 질료에 상응하는 물질에 존재론적으로 선행하는 까닭에, 공백형 공간이 물질의 우선적인 성질로 간주된다. 그것은 기하학적 연장 중심의 자연철학으로서, 뉴턴을 그 대표자로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물질과 그 힘이 원인이 되어 공간이 결과로 산출되는 경우, 이 공간은 물질에 이미 실려 있다는 의미에서 적재형 공간이라 부를 수 있고, 적재형 공간을 통해 물질에 접근하는 자연철학은 적재형 공간이 물질의 힘의 산출물인 한에서 동력학적 자연철학이라 부를 수 있다. 동력학적 자연철학에선 객관적 질료에 해당하는 물질이 객관적 형식에 상응하는 적재형 공간에 존재론적으로 선행한다. 그것은 힘 중심의 자연철학으로서, 라이프니츠를 그 대표자로 볼 수 있다. 이 두 자연철학은 질료와 형식을 모두 사물 자체에 귀속시켜 그 개념들을 객관적인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