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프랑스 철학자 리오타르가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색면 화가 뉴먼의 회화를 ‘사건’과 ‘숭고’라는 두 개념을 통해 해석하는 바를 상론하고자 한다. 뉴먼의 회화는 무엇보다 ‘일어남=발생=사건’의 개념과 관계한다. 여기서 사건은 단일하다. 그래서 동일한 두 사건이란 불가능하다. 사건은 각각 그 나름의 특이성을 가진다. 그래서 사건에서는 먼저 어떤 것이 ‘일어난다’는 게 중요하다. 일어난 게 ‘무엇’이고, 그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하는 것은 다음의 문제다.
뉴먼의 회화는 추상 회화의 문법을 통해 이 ‘일어남’을 우리에게 환기시키려 한다. 이 점에서 후기 인상주의의 화가 세잔 역시 비록 낭만주의적 향수를 완전히 벗어버린 것은 아니지만 존재 세계의 끊임없는 생성과 발생을 몸적 지각을 통해 포착해 색으로 표현하려 한 화가였다.
한편 뉴먼의 회화는 발생과 생성의 시간으로서 순간을 경이와 충격 속에서 우리에게 암시하려 한다는 점에서 숭고의 미학과 관계한다. 숭고의 미학은 간략하게 두 가지 특징으로 나누어 설명될 수 있다. 첫째, 숭고의 감정은 오성과 구상력 간의 조화에서 비롯하는 아름다움이 주는 취미의 쾌와는 달리 이성에 의한 절대적인 것, 곧 이념의 파악과 구상력을 통한 그것의 현시/표상 사이의 부조화에서 비롯하는 부정적 쾌이다. 둘째 숭고의 미학은 칸트의 절대적인 것 혹은 이성의 이념들을 간접적으로나마 현시하고자 한다. 리오타르는 이 이념을 ‘현시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예로서 우주, 인간성, 역사의 목표, 순간, 공간, 선(善), 정의 등을 든다. 뉴먼의 회화는 이 가운데 ‘순간’ 곧 사건의 존재를 추상회화의 기법을 통해 현시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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