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체를 실체로 이해하는 데카르트의 입장을 부정하는 라이프니츠의 물체관은 그 출발점에서 반(反)-데카르트주의적이라고 해석된다. 이런 해석이 데카르트에 대한 평가, 즉 스콜라 철학을 극복하고 근대 물체개념의 혁명을 이루었다는 역사적 평가와 만나게 될 경우 라이프니츠가 질료형상론을 옹호하는 중세 스콜라 철학의 물체개념을 답습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이 글은 이러한 오해를 바로잡는 동시에 라이프니츠가 데카르트와는 다른 차원의 좀 더 근대적인 물체개념을 정립했음을 밝혀 보려는 시도이다.
질료와 형상, 혹은 물질적 실체와 같은 중세 아리스토텔레스주의 개념들은 오로지 비물질적인 정신만이 실체라고 보는 라이프니츠의 전제와는 모순된다. 따라서 이러한 개념들은 라이프니츠 철학에서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것들이다. 뿐 만 아니라 라이프니츠는 물체를 정신에서 파생한 실재성을 통하여 존재한다고 함으로써 물체가 정신으로 환원되어짐을 강조한다. 현대 라이프니츠의 해석가들 대다수의 지적처럼, 그의 철학이 스콜라 사상가들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는 점은 부정될 수 없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하여 정신으로 환원되어지는 물체의 존재론적인 운명을 역설하는 라이프니츠의 실체관이 물체를 실체로 설정한 데카르트의 입장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탈-스콜라적이며 근대적임을 드러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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